한 아버지와 서로 너무 다른 두 형제. 세 명의 삶을 통해 바라본 가족의 슬픔과 인생의 참 의에 대한 영화.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준다. 제65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환상적인 플라잉 낚시를 보여주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두 형제
매클린 가족은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노먼과 세 살 터울의 동생인 폴 두 형로 이루어져 있다. 아버지는 집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며, 감정 표현의 억제, 원칙의 고수, 인색한 칭찬으로 가족들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그러나 그의 엄격함 뒤에는 문학과 낚시의 열정,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큰아들인 노먼은 여러 면에서 아버지를 닮은 소년이다. 노먼은 지나치다 싶은 아버지의 교육과 통제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아버지처럼 문학과 시를 사랑하며 모범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반면 폴은 어려서부터 열정적이며 과감했고 때론 무모하기조차 했다. 노먼은 신중하고 사려 깊으며 순종적이라면 폴은 매력적이고 충동적이며, 특유의 카리스마로 항상 리더가 된다. 이처럼 아주 다른 두 형제이지만 서로 우애는 깊었다. 노먼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지식과 기술을 획득해 나간다. 그러나 폴은 언제나 아버지의 규칙을 깨고 엄격한 통제로부터 벗어나려 반항한다. 폴은 끝내 아버지의 권위에 무릎을 꿇지 않고, 아버지 역시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 낚시할 때도 폴은 아버지가 가르쳐준 메트로놈의 4박자 규칙을 깨고 자기만의 독특한 송어잡이 리듬을 개발한다. 항상 아버지 말에 복종하던 노먼과 아버지의 규칙으로부터 벗어났던 폴은 나중에 전혀 다른 결과를 맞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다.
노먼은 아버지 곁을 떠나 동부의 명문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고 졸업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아버지를 벗어나고자 하던 폴은 아름다운 대자연이 있는 고향을 떠나지 못했다. 조그마한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낚시를 인생의 최고 목표로 여기며 살고 있다. 공부를 하고 돌아온 노만 앞에서 보이는 폴의 낚시 솜씨는 예술의 경지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기쁨과 동생에 대한 경쟁심을 동시에 느끼던 노만은 제시와 사랑이라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둘의 사랑이 무르익던 즈음 노만은 시카고 대학으로부터 문학교수로 채용되었다는 통보를 받는다. 성인이 되어서도 폴은 여전히 규칙을 깨고 위험한 행동을 즐겨한다. 근무 시간에 술에 취하는가 하면, 인종차별이 심하던 그 시절에 인디언 여자를 데리고 술집에 가서 일부러 눈길을 끈다. 그것도 모자라 도발적인 춤을 추기도 하며, 싸움판에 말려들기도 한다. 나중에는 위험한 도박에 빠져 들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을 지게 된다. 온 가족의 기쁨도 잠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며 포커를 즐기던 폴이 어느 날 갑자기 길에서 폭행당해 사망하게 된다. 아버지와 노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깊은 고뇌를 느낀다.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낚시는 이들 부자간의 관계를 은유한다. 두 형제 모두 강력한 아버지의 이미지에 압도당하고, 영향받고 의존한다.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풀려날 수 있는 길은 낚시꾼 쪽으로 헤엄쳐 가서 낚싯줄을 느슨하게 한 다음 낚시 고리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노먼은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결국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자유를 얻는 데 성공한다. 반대로 폴은 끊임없이 아버지의 규칙을 깨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줄은 더 팽팽해지고 갈고리는 몸 안에 더욱 깊숙이 박혀 지쳐가는 물고기와 같았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는 폴이 죽고 난 한참 후에야 죽은 아들에 대해 '그는 아름다웠다'라고 회상한다. 그리고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교회 강단에 선 아버지는 비로소 회한에 잠겨 이렇게 말한다. "사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거의 돕지 못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베풀 것인지, 얼마나 자주 베풀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설사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이 바위에 부딪히면 방향을 바꿔 이리저리 흘러가지만 결국 가는 곳은 바다인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모두 다 다르게 살아가도 결국 생의 끝은 다 같은 곳이다. 그러기에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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